살민 살아진다
가슴속도 뒤죽박죽.머릿속도 뒤죽박죽.처음 몸이 이상해서 병원을 찾았을 때, 원인도 딱히 알 수 없는 뇌수막종이 왜 나에게 생겼을까 생각했었다.아프고, 휴직하고, 수술하고, 회복하는 동안,내가 뭘 잘못해서,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가 생각도 들었다.이제는 머리 걱정 안 하고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때쯤, 이건 또 대체 왜 무슨 일인 거냐.드라마에서 나오는 꽤 흔한 이야기처럼, 머릿속에 폭탄을 안고 살게 되었다.하느님, 부처님, 알라신님,XX 나한테 왜 이러는데요?일이랑 스트레스를 좀 줄여야겠다.운동은 더 열심히 꾸준히 해야겠다.먹는 것도 좀 더 건강하게 바꾸자.술도 좀 줄이자.마음 좀 진정되면 이것저것 할 일들 좀 챙겨야겠다. 조금 천천히 다른 병원도 두어 군데 알아봐서 진료받아봐야겠다.내 마음..
2025. 6. 5.
회상
2022년 6월의 어느 날. 이제 정말 병원과도 안녕이다. 그동안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처음 어질어질하던 내 몸의 이상함을 느꼈을 때, 진통제 한알로 버티던 낮과, 귀가하자마자 기절해 버리는 밤, 그런 날 보며 이상함을 느끼던 너, 생전 처음 가보는 응급실, 이름조차 생소한 뇌수막종, 한 종류의 뇌종양, 머리를 열고 수술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머릿속이 하얀지 까만지도 모르고 아무 생각조차 들지 않던 나, 병원복 갈아입고 병실에 누워 있는데 애써 밝은 표정 하려는 네 얼굴 봤을 때, 베드에 누워 수술실로 가는 길, 문 앞에서 애써 밝게 인사하며 손 흔들던 너, 서늘한 수술 대기실에서 혼자 누워 어느 신이라도 나 좀 봐달라고 기도하던 그때, 수술실 안에서 잠들기 전 보고 듣던 그 느낌들, ..
2023. 4. 30.
끝났다!
2022년이 시작하던 즈음. 살짝의 어지럼증으로 시작했던, 뇌수막종이라는 나쁜 녀석과의 만남. 짝꿍이 내 옆에 있었고, 서울대학교병원이 집 근처에 있었고, 좋은 의사 선생님, 간호사선생님을 만났고,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방사선치료도 잘 마무리 됐고, 그래서 살 수 있었다. 두 번째 인생이라는 생각으로, 감사하고 사랑하며 살 거다. 반년에 한번 추적검사 잘하면서, 운동 열심히 하면서 건강하게 살자. 수술 잘해주고, 치료도 잘해준 선생님들께 고맙다. 걱정해 주고 챙겨주던 가족, 친구들, 주변의 좋은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무엇보다도, 언제나 내 곁에서 힘이 되어주었던, 본인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날 위해 꿋꿋이 버텨주었던, 내 짝꿍에게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 이젠 내가 널 지켜주고, 언제나 기댈 수 있는..
2023. 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