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의 어느 날.
이제 정말 병원과도 안녕이다.
그동안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처음 어질어질하던 내 몸의 이상함을 느꼈을 때,
진통제 한알로 버티던 낮과,
귀가하자마자 기절해 버리는 밤,
그런 날 보며 이상함을 느끼던 너,
생전 처음 가보는 응급실,
이름조차 생소한 뇌수막종,
한 종류의 뇌종양,
머리를 열고 수술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머릿속이 하얀지 까만지도 모르고 아무 생각조차 들지 않던 나,
병원복 갈아입고 병실에 누워 있는데 애써 밝은 표정 하려는 네 얼굴 봤을 때,
베드에 누워 수술실로 가는 길,
문 앞에서 애써 밝게 인사하며 손 흔들던 너,
서늘한 수술 대기실에서 혼자 누워 어느 신이라도 나 좀 봐달라고 기도하던 그때,
수술실 안에서 잠들기 전 보고 듣던 그 느낌들,
여덟 시간이나 되는 수술시간 동안 밖에서 애태웠을 너,
중환자실에서 정신 차리고 나 정말 살았구나 느끼던 안도감,
그리고 간절히 보고 싶던 얼굴,
코로나로 그 누구 하나의 도움 없이 혼자 나를 지켜주던 고마웠던 너와,
네게 듣는 조금은 충격이었던 이야기들,
수술 잘 됐으니 퇴원해도 된다는 말 들었을 때의 기쁨,
며칠만이지만 몇 달 몇 년만이었던 것 같은 집으로의 귀가,
참 안 좋은 타이밍에 찾아온 코로나,
펄펄 끓던 열과 몸살에도 응급실조차 갈 수 없어 그냥 버티던 시간,
제 몸도 죽을 지경이었을 텐데 나 챙긴다고 밤낮으로 한숨 자지 못하고 고생하던 너,
소독하기,
샤워하기,
스테이플러 제거하기,
조금씩 찾아가는 일상,
혼자였으면 절대 하지 못했을 일들,
방사선 치료 해야 한단 얘기 듣고 다시 한번 철렁했던 내 마음,
그런 날 토닥토닥 다독여주던 너,
길고 길던 방사선치료,
뒤집히는 속에 뭐 하나 제대로 먹지 못하던 날들,
내 입맛 맞춰준다고 이것저것 공부해서 해주던 너,
어느 날인가부터 뭉텅뭉텅 빠지는 머리에 놀란 나,
그런 나 달래느라 놀란 기색도 하지 못하는 너,
그리고 병원이란 단어랑 조금은 이별할 수 있는 오늘,
힘들어하고 넘어지려던 날 지켜주던,
너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날 위해 꿋꿋이 버텨주었던,
네 덕분에,
네가 있어서,
살아 돌아왔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고생했다.
나도,
너도,
이제 행복하자.
고맙다.
사랑한다.
이젠 내가 널 지켜주고,
언제나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안식이 되어줄게,
말로 글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맙고 사랑한다.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