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8.
방에서 맥주 한잔씩 하면서 더위에 지친 몸을 좀 식혔다.
짝꿍이랑 리조트 구경할 겸, 바다 구경할 겸, 저녁 먹을 겸 밖으로 나간다.
호텔 가면 있는 "청소해주세요" 표시가 문 옆에 걸려있다.
나가면서 문에 걸어놓으면 방 정리 해준다.
우리 방은 리조트 중에서도 조금 안쪽이다.
그래서 나갈 때마다 이런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주변과 잘 어우러진 객실들의 모습에 자연인이 된 느낌이다.
리조트 자체만으로도 참 예쁘단 생각이 든다.
저 멀리 얼핏 보이는 바다의 모습에 조금씩 가슴이 두근거린다.
해변에 도착하자 우리 눈에 들어온 모습.
잔잔한 해변과,
커다란 인피니티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한 선셋,
저 멀리 보이는 발리섬의 실루엣,
정말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수영장이 꽤 크고 깊이도 깊다.
오늘은 시간이 좀 늦어 발만 잠깐 담갔다.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었다.
이런 수영장이 해변을 따라 세 개가 있다.
그 뒤로 비치베드가 잔뜩 자리하고 있다.
중간중간 원두막같이 생긴 건물도 몇 개 있다.
해변에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워낙 많아서 어디나 한가로움이 느껴진다.
리조트는 해변을 따라 꽤 넓게 자리하고 있다.
앞에 있는 해변은 프라이빗비치처럼 이용할 수 있다.
해변에는 리조트 가드가 항시 돌아다니며 관리하고 있다.
수영장 옆으론 해변을 따라 테이블들이 쭉 늘어서있다.
아침, 점심, 저녁 언제든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
원할 땐 언제든 맥주 한잔 할 수 있다.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간.
테이블엔 하나둘씩 사람들이 자리하기 시작한다.
해변 따라 쭉 걸어가면 나오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겸 바인 '누크 바(Nooq Sunset Bar & Lounge)'
리조트에 있는 이탈리아 출신 셰프가 직접 메뉴 개발도 하고 요리도 해준다고 한다.
저녁에 한두 번 들러봐야지.
저 멀리 발리섬이 보인다.
셍기기 해변과 쿤시빌라호텔이 서쪽에 위치하다 보니 선셋 풍경이 정말 예술이다.
시간에 따라 조금씩 조금씩 달라지는 아름다운 모습에 한동안 넋을 놓고 보고 있었다.
Qunci라고 쓰여있는 그네도 여기저기 있다.
쿤시빌라호텔의 포토스팟인가?
짝꿍 그네 타는 동안 뒷모습 살짝 찍어두기.
여기선 간단하게 찍어도 인생샷이 나오는 것 같다.
우리도 해변 바로 앞 테이블에 자리 잡았다.
이곳에 와서 우리의 첫 식사로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 인도네시아식으로 정했다.
테이블 곳곳에 직원들이 계속 상주하면서 주문도 받고 이것저것 불편하지 않게 챙겨준다.
그렇지만 과하지 않은 친절한 서비스가 내내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테이블 사이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던 고양이 한 마리.
얼굴이 작고 몸집이 날렵한 게 잘생겼다.
저녁시간이 되면 꼭 이곳에 나와서 사람들에게 음식을 얻어먹는다.
달라고 보채진 않고 근처에 앉아있다가 주면 먹는다.
좀 도도하다.
해가 지기 시작할 때부터 깜깜해질 때까지 바닷가에 낚시하는 사람이 몇 있다.
지내는 내내 매일 저녁 나오는 걸 보니 이 근처 사는 사람들인가 보다.
뭐가 좀 잡히긴 하는 건가?
해가 지기 시작하면 하늘과 바다의 색은 시시각각 달라진다.
짝꿍과 나는 한순간 한순간을 눈에 담기 바쁘다.
해가 거의 지고 나니 저 앞바다에 밝은 불빛이 몇 개 보인다.
직원에게 물었더니 물속에 들어가서 무언가를 잡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문득 스쿠버다이빙 다니면서 나이트다이빙 하던 생각이 새록 떠오른다.
얼른 다시 물질하고 싶어 지네.
이것저것 주문해 놓고 기다리는 시간.
시원한 얼음잔에 맥주 한잔 캬.
이제 정말 롬복이란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에 여행 온 게 실감이 난다.
지내는 동안 우리는 '맥주와 얼음잔을 사랑하는' 커플이었다.
문득 발리여행 갔던 때가 생각이 난다.
데이투어로 멋진 일출을 보겠다고 새벽같이 일어나 저 산에 올랐었다.
올라가는 길은 정말 힘들었지만 올라서 보는 일출은 정말 예술이었다.
그리고 산 위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까지.
그리고 오늘,
멀리서 봐도 멋있다.
주문한 요리가 나왔다.
인도네시아 숯불구이 요리인 사테와 매콤한 소스 베이스의 새우요리.
여러 가지 고기 꼬치를 테이블 위에서 구워 먹는 사삭 사테, Sasak Satay.
우연히 골랐는데 우리 입맛에 딱이었던 새우요리 삼발 우당, Sambal Udang.
그리고 술술 계속 들어가는 맥주 캬.
분위기도, 풍경도, 음식도, 맥주도, 친절한 직원들도, 고양이도,
뭐 하나 빠지지 않고 완벽한 저녁이다.
슬쩍 뒤로 보이는 수영장 야경.
잘 정리된 야자수와 다른 나무들.
잔잔한 수영장과 비치베드.
주변에서 울리는 음악소리.
우리도, 옆테이블도, 뒤테이블도 모두 즐거운 사람들.
맛있게 먹고 방에 들어왔다.
살짝 아쉬움에 수영장에 발 담그고 잠깐 놀기.
따뜻한 남쪽나라라 그런가 한밤의 수영장도 시원하기만 하다.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담고 싶었다.
눈으로 보는 모습의 10%도 안 담기는 느낌이다.
카메라로 찍은 게 이 정도니 실제론 어느 정돈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짝꿍도 나도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에서 몸과 마음을 쉬고 싶은 휴가였다.
아직 반나절밖에 안 지냈지만 정말 딱 맞는 곳에 왔구나 싶다.
이렇게 아름다운 롬복을, 이렇게 좋은 호텔을 찾아준 짝꿍에게 감사하다.
마음속에 행복함을 가득 안고 잠이 드는 첫날밤.
Selamat mal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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