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13. ~ 14.
일요일 아침.
꽤 늦게까지 잠을 자고 눈을 떴는데도 일어나지 못할 것 같은 컨디션이다.
처방받은 진통제 먹고 버텨볼까 하다가 도저히 힘들어서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다행히 우리나라 탑급 병원이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었다.
어떻게 갔었는지 기억조차 안 나도록 머리 상태가 안 좋았다.
응급실 앞에 도착해서 접수했는데 휴일인데다 사람이 많아서 대기시간이 꽤 걸릴 거라 한다.
알았다고 하고 앞에서 기다렸다.
응급실 들어가는 데까지 30여분 걸린 것 같다.
응급실 안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처음 의사 선생님 보는 데까지 두어 시간 걸렸다.
여러 가지 질문 답변하고, 팔다리 걸음걸이 근력 등등 체크하고 대기했다.
결과 듣는데 또 두어 시간 걸렸다.
말이 두어 시간이지 계속 머리 아픈 상황에서 두 시간은 스무 시간 같았다.
또 한참을 기다렸다. 뇌 CT를 찍어보자 한다.
다행히 응급실이라 일반보다는 훨씬 빠르게 검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도 두어 시간 기다렸다.
CT라는거 처음 찍어봤다.
생각보다 간단하게 끝난 것 같다.
그리고 결과 듣는데까지 또 두어 시간이 걸렸다.
머리 뒤쪽에 이상 소견이 보인다고 MRI를 찍어보자 한다.
그러자 했다.
MRI찍는데까지도 두어 시간 걸렸다.
MRI는 조금 걸렸던 것 같다.
조영제 라는거 주사로 넣었다가 중간에 다 토했다.
알레르기가 있는 듯 하니 앞으로 MRI 찍을 땐 꼭 말하라고 한다.
역시나 결과 듣는데까진 두어 시간 걸렸다.
머리 뒤쪽에 뇌수막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응급실에서만 18시간을 앉아있었다.
정말 너무나도 힘들었다.
베드가 가득 찬 건지, 개중에 젊은 두 사람이라 그런지 침대는 주지 않더라.
새벽에 잠깐 간호사의 배려로 진료실에 3시간 정도 누워있을 수 있었지만,
그 외엔 대기실 딱딱한 의자에 앉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너무 힘이 들어 일단 귀가를 결심했다.
또 언제 나올 줄 모르는 의사 선생님 진단과 이후 일정 등을 마냥 기다릴 수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원해서 퇴원합니다' 뭐 이런 내용의 각서에 사인하고 진통제 받아서 퇴원했다.
택시 타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져 잠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위험하고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잠들어있는 동안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난 잠들어있어서 짝꿍이 받았다.
지금 상태로 어딜 퇴원하셨냐,
남편분 지금 바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다.
교수님이랑 얘기해서 이번 주 목요일에 수술일정 만들어놨다.
입원할 병실도 확보해놨다.
그러니 당장 입원해라.
이땐 크게 느끼지 못했다.
병실 하나 잡아준 것이,
수술일정을 만들어준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얼마나 신경을 많이 써준 일인지,
이게 아니었다면 난 얼마나 더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진통제로 버텼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응급실 선생님께, 담당 교수님이랑 선생님께,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한다.
뇌수막종,
불행 중 다행(?)으로 뇌는 아니고 뇌를 싸고 있는 막에 생긴 거지만,
그나마 젊었을떄 발견해서 수술할 수 있는 게 다행이다 하기도 하지만,
눈앞이 깜깜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치료는 수술은 어떻게 되려는지,
뇌 수술이면.. 일상생활로 돌아오는데 얼마나 걸리려는지,
난 솔직히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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