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인가 안방 전등이 켜지질 않는다.
사람을 불러야 하나? 직접 한번 해볼까?
고민고민 하다가 직접 테스트 한번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생존을 위한 장비부터 준비한다.
집에 필요한 공구가 거의 없어 급한 대로 이것저것 구매했다.
아사히 멀티미터 4201
((내 돈 주고 먹고 놀고 쓰고 느끼는 솔직한 감상문))우리 집 안방 전등은 리모컨으로 켜고 끌 수 있다.위치별로 나눠서 사용 가능하게도 세팅해 놨다.언젠가부터 전등이 맨 끝열밖에 켜지질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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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멀티미터 4201
전기 관련된 뭔가를 할 때 꼭 필요한 아이템 멀티미터.
익숙지 않은 아이템이라 여기저기 열심히 찾아보고 하나 주문했다.
롱노즈도 없어서 새벽배송으로 하나 시키고,
멀티미터 건전지는 다이소에서 하나 주문.
절연이 되는지 확실치 않지만 절연용 고무장갑은 집에 있던 거.
자취할 때부터 쓰던 나름 다양한 사이즈 팁이 있는 다이소표 드라이버.
이 정도면 대충 초보자용 아이템 세트 준비완료.

작업하기 전에 차단기부터 내린다.
다행히 인테리어 공사할 때 차단기를 여러 개 나눠서 세팅해 놨다.
다른 전기들은 지장 없이 전등용 배선 차단기만 내렸다.
그래도 만에 하나 혹시 모르니 작업 전 이것저것 테스트는 필수.
확실히 전등 차단기 내리니까 집안에 천장에 붙어있는 전등과 환풍기들은 반응이 없다.

오늘의 첫 타겟.
안방 전등 스위치다.
언젠가부터 켜고 끌 때 안에서 지직 소리가 났었다.
그리고 한동안 불편하게 쓰다가 아얘 안 켜진다.
커버 어떻게 떼어내는지부터 미션이었다.
여기저기 기웃기웃 보다가, 인터넷도 찾아보다가,
그냥 일자 드라이버 살짝 넣어서 힘주니까 빠지더라.
다시 써야 하니까 조심조심 망가지지 않게.

커버를 벗기면 스위치 부분이랑 안에 전선이 보인다.
이렇게 엉성하다고? 싶을 정도로 별거 없네.
혹시나 다시 조립할 때 기억 안 날까 싶어 이것저것 사진으로 남겨두기.
위아래 나사 두 개를 풀면 스위치 본체가 벽과 분리된다.
처음 우리 집 인테리어 할 때가 생각난다.
스위치를 삐뚤빼뚤 수평도 안 맞게 해 놔서 고쳐달란 얘기 여러 번 했었다.
이렇게 간단한 거면 처음부터 좀 잘해주지.

스위치 커버는 나사나 접착제 같은 거 없이 살짝 힘줘서 체결할 수 있다.
뺄 때는 모서리 잡거나 일자드라이버 살짝 넣어서 힘주면 빠진다.
알면 쉽고 모르면 어려운 사실.

나사 두 개를 풀면 스위치 본체가 벽과 분리된다.
전선 두 개가 스위치 본체에 연결되어 있다.
하나는 두꺼비집에서 스위치로 전기가 들어오는 전선이고,
하나는 스위치에서 전등으로 나가는 전선이다.
본격적으로 멀티미터 이용해서 스위치 테스트.
전선이 꽂혀있던 두멍 두 개 연결해 보니 스위치 켜고 끔에 따라 전류도 통하고 끊기고 잘 작동한다.
전기가 안 들어오나 싶어 차단기를 올리고 전선에도 멀티미터로 테스트.
이거 하기 전에 고민 많이 했다.
흐르는 전선에 테스터 대도 되나? 이 작은 테스터가 전압 견딜 수 있는 게 사실일까?
다행히 멀티미터도 잘 작동하고, 전기도 잘 들어온다.
다시 조립할 때를 대비해서 전선 색이랑 연결된 위치는 사진으로 찍어놓는다.
혹시 모르니 작업 중엔 장갑은 필수.

스위치와 전기는 이상이 없는 걸 확인했다.
남은 건 전등과 천정의 배선.
전등을 먼저 테스트하기로 마음먹었다.
배선이 중간 어딘가 이상해진 거라면 셀프수리로는 방법이 없다.
우리 집 안방 전등은 리모컨으로 켜고 끌 수 있다.
위치별로 나눠서 사용 가능하게도 세팅해 놨다.
전등 중에 하나에 리모컨 수신부가 살짝 나와있다.

여기가 메인이다 생각이 들었다.
살짝 힘을 주어 전등을 아래로 당긴다.
전등을 빼내니 전기 분배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처음엔 이게 뭐지 싶었다.
리모컨 수신부가 연결되어 있으니 불 켜고 끄는 건 맞는 것 같고.
전선이 꽤 매우 여러 가닥 연결되어 있으니 여기저기 가는 것 같고.
전등 하나가 대롱대롱 연결되어 있으니 전등 분배기겠지.
참 얼렁뚱땅 하나씩 잘하고 있어.

기기 본체에 회로도가 배선도가 그려져 있다.
전기 들어오는 거 어디로 연결하는지, 각각 전등 구성하는 루프가 어떻게 되는지.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총동원해서 이 녀석을 파악한다.
멀티미터로 하나씩 테스트해 본다.
차단기 올리고 찍어보니 전기는 잘 들어온다.
그런데 나가는 라인들에 반응이 없다.
이 녀석이 작동이 안 되는 게 확실하다.
PY-A7E라고 모델명이 쓰여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본다.
예상대로 3가지로 회로를 구성하고, 리모컨 신호를 받아 켜고 꺼주는 기기가 맞다.
딱 우리가 인테리어 공사 하던 시기에 많이 쓰던 모델이다.
요즘은 파는 곳도 많이 없다.

분배기가 고장 난 건 확인했으니, 각각의 전선을 직접 연결해 본다.
전선 하나하나씩 테스트하면서 각각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인테리어 하고 처음 작동하던 것처럼 세 가지로 나눠져 있다.
전기 들어오는 라인으로 조심조심 체크해 보니 전등은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전등 구성한 걸 메모해 놓고 잠깐 쉬면서 분배기를 찾아 새 걸로 주문했다.
그리고 잠깐 쉬면서 당장 사용할 방법을 생각해 본다.
분배기 없이 직접 연결해 놓고 스위치로 껐다 켰다 하면서 사용하면 될 것 같다.
하나 연결해 놓고 테스트해 보니 생각대로 잘 작동한다.
좋았어.

집에 절연 테이프가 없다.
절연 테이프인 줄 알았던 테이프는 전에 사놓은 방수테이프였다.
이건 생각하지 못했던 옵션인데.
임시로 연결해 놓고 사용하려면 최소한 마감은 해놓아야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 앞 편의점에 갔는데 다행히 절연 테이프가 있었다.
멀리 다녀올뻔했다.

가장 자주 쓰는 전등 한쪽으로 전선을 직접 연결했다.
연결한 부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절연 테이프로 견고하게 감아준다.
연결은 안 되어있지만 다른 전선들도 모두 마감해 준다.
혹시나 하는 걱정에 아주 두껍고 튼튼하게 칭칭 감았다.
작업을 끝내고 조립하기 전, 전등 스위치로 최종 테스트를 한다.
켰다 껐다 잘 작동하고 지지직 거리는 소음도 없다.
성공적이다.
조립은 분해의 역순이다.
분배기와 전선들은 조심스레 정리해서 천장 구멍 속으로 밀어 넣는다.
구축 아파트에 인테리어 공사까지 해서 그런지 천장 속은 이것저것 빽빽해서 여유가 없다.
분배기와 전선들이 자리를 찾으면 마지막으로 전등을 밀어 넣는다.
전등 양 옆에 달린 스프링을 이용해 천장 패널에 고정시킨다.
임시이긴 하지만 성공적으로 작업 완료.

제일 많이 쓰는 전등 라인으로 당분간 사용하게 수리 완료.
전기 만지는 게 익숙하지도 않고 무섭기도 했지만 조심조심 작업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지라 뭐가 뭔지 파악하는 것부터 꽤나 오래 걸렸다.
그래도 분배기나 천장 전등 구조, 전선 배치 등등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새 분배기가 도착하면 안방 전등 세 세트 다 잘 작동하게 연결할 거다.
생각했던 대로 잘 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고.
그래도 나름 공대생이라고 일련의 과정들과 결과가 재미있다.
다음에 다른 어떤 곳 고장 나면 스스로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셀프 인테리어의 세계로 입문한 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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