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곱창 : 구미 오태동 곱창전골
2025.07.25.
처갓집에 방문한 날.
말로만 듣던 선산곱창에 저녁 먹으러 가기로 했다.
아직 한 번도 안 먹어봤다고 하니 모두들 고민 없이 메뉴를 정했다.
얼마 전 맛집을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에 한번 나왔었다.
구미에서 뭐가 맛있냐 물으니 다들 같은 메뉴를 추천한다.
정말 이 동네를 대표하는 메뉴다.

출발하기 전에 전화로 미리 주문을 했다.
가보니 메뉴는 곱창전골 하나다.
그냥 몇 명인지만 얘기하면 된다.
짝꿍이 어렸을 때부터 가던 가게라고 한다.
꽤나 오래 한자리를 지킨 노포다.
이곳이 본점은 아니라고 한다.
이 정도 오래 한자리에 있던 거면 본점이나 다름없을 것 같다.

들어가니 주문해 놓은 곱창전골이 보글보글 끓고 있다.
진한 육수에 매콤한 소스를 넣고, 곱창과 야채를 듬뿍 넣는다.
한번 확 끓으면 김치를 송송 잘라서 넣고 한참을 더 끓인다.
사장님 얘기로는 30분 이상 오래 끓일수록 맛있다고 한다.
먹어본 곱창전골과는 다른 새로운 맛이다.
얼큰한 양념이 잘 배어있는 쫄깃한 식감의 곱창이 가득이다.
듬뿍 들어있는 양파가 단맛을 확 올려준다.
젓갈이 적게 들어간 경상도의 김치가 칼칼한 맛을 더한다.
큰 대접에 김가루 넉넉히 얹은 밥이 나온다.
짭짤한 김가루에 그냥 밥만 슥슥 비벼 먹어도 맛있고,
곱창전골이 익으면 한국자 얹어서 비벼 먹어도 맛있다.
저녁시간이 좀 지나서 갔는데도 사람들이 계속 들어온다.
이 동네 전통적인 맛집은 확실하다.

계산대 앞에 공중전화가 있었다.
장식인 줄 알았는데 수화기를 들어보니 작동을 한다.
통신선은 연결되어있지 않다고 한다.
여느 맛집처럼 메뉴는 단일메뉴에,
가게 안 이것저것 아이템들이 세월이 느껴지는 노포다.
한 가지 살짝 아쉬운 건,
곱창전골이 익을 동안 먹을 기본 반찬이나,
전골 다 먹고 살짝 아쉬움을 달랠 사이드가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
그렇지만 메인으로 충분하니까 긴 세월 동안 이 자리를 지키는 것이겠지?
서울 촌놈의 아쉬움인 것도 같다.
어머님 아버님과, 짝꿍과 함께 두런두런 즐거운 시간이었다.
밥도 맛있게 먹고, 가볍게 한잔도 하고 슬 걸어서 귀가한다.
집 앞에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맛있군.
처갓집 올 때마다 생각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