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 : 누룽지 백숙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는 초복이다.
짝꿍과 올여름 더위를 이기게 해 줄 맛있는 식사를 준비한다.
뭘 해 먹을까 길지 않은 고민 끝에 누룽지 백숙으로 정했다.
복날은 닭이지.

오래간만에 마트에서 장을 봐왔다.
메인 재료는 토종닭을 살까 영계를 살까 잠깐 고민했다.
토종닭이 영계 세 마리 크기는 되어 보였다.
하림 무항생제 영계로 두 마리 담았다.
청춘 찹쌀 누룽지도 한 봉지 담았다.
집에 있는 현미 누룽지랑 잘 조합해서 누룽지 백숙의 메인 메뉴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삼계탕 재료도 한 봉지 사 왔다.
오갈피, 음나무, 칡, 헛개나무, 참당귀뿌리, 황기, 대추까지
한번 요리할 만큼의 재료를 이것저것 모아놓았다.
편리하다.
양파랑 대파, 마늘, 월계수잎, 은행 등등.
다른 재료들도 이것저것 준비한다.

삼계탕 재료를 냄비에 넣고 국물 낼 준비를 한다.
이것저것 넣다 보니 닭 넣기 전인데도 재료가 꽤 된다.
맛있는 국물로 우러나라.

닭은 꼬리랑 날개 끝, 지방들을 제거한다.
내장이 제거되어 있지만 안쪽도 한번 더 이물질을 제거해 준다.
그리고 끓는 물에 한번 세척해 주면 기름기도 좀 빠지고 남은 불순물도 없어진다.

압력솥이나 밥솥이 아닌 냄비를 이용해 요리한다.
끓이다 보면 조금씩 국물의 색이 변해간다.
샤브샤브도 해 먹고, 전골도 해 먹고, 삼계탕도 해 먹고,
짝꿍은 작년에 구매한 AMT 파티웍을 유용하게 잘 쓴다.

월계수 잎이랑 은행도 추가한다.
육수의 색은 점점 진해지고 맛있는 냄새도 올라오기 시작한다.
영계로 사 오길 잘한 것 같다.
토종닭 사 왔으면 잘라서 넣거나 했을 듯.
짝꿍이 큰 솥 하나 사야겠다고 얘기했는데,
얼른 괜찮은 놈으로 하나 들여야겠다.

아무래도 냄비의 용량이 좀 작다 보니 요리 중에 닭을 한 번씩 돌려줘야 한다.
육수가 점점 배어들어 그런지 닭이 점점 윤기가 흐르는 것 같다.
양파를 큼직하게 썰어서 넣었다.
양파는 익을수록 단맛을 내준다.
고기 구울 때도, 국물 낼 때도, 카레 같은 요리 할 때도 항상 듬뿍.

한동안 푹 끓이고 나면 드디어 맛있는 누룽지 백숙이 완성된다.
갖은 재료로 푹 우려낸 국물과 쫄깃 담백한 닭고기의 향과 모습에 군침이 돈다.
먹기 좋게 닭을 접시에 옮겨 담고 누룽지 요리를 시작한다.
진한 국물에 구수한 누룽지가 잘 익어간다.

예쁜 그릇에 닭을 나눠 담는다.
국물을 더 맛있게 해 줄 대파도 송송 썰어둔다.
입안을 개운하게 해 줄 매콤한 고추도 몇 개 담는다.
짝꿍의 특제 양념장도 준비했다.
꽃쟁반
((내 돈 주고 먹고 놀고 쓰고 느끼는 솔직한 감상문)) 거실에 있는 테이블에서 밥을 많이 먹는다. 음식 들고 왔다 갔다, 반찬 들고 왔다 갔다, 치울 때도 왔다 갔다. 커다란 쟁반을 하나 사야겠다
mydang.co.kr
우리 집의 스페셜 아이템 꽃쟁반에 담아 테이블로 옮긴다.
이 쟁반은 정말 잘 산듯.

”예쁘게 누워있는 애가 오빠꺼야“
들고 가는데 짝꿍이 얘기한다.
무슨 얘기인가 했더니 정말 예쁘게 누워있네.
대파를 한 움큼 추가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후추도 넉넉하게 뿌린다.
국물을 한 숟갈 떠먹으면 구수하고 깊은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운다.
닭은 참 맛있게도 잘 삶아졌다.
재료들의 맛과 향이 닭고기 사이사이에 잘 배어있다.
퍽퍽하지 않고 쫄깃쫄깃하고 부드럽다.
짝꿍의 요리실력은 역시 대단하다.

맛있게 끓는 육수에 부추를 한 움큼 데쳐서 준비한다.
부추 한 젓가락에 닭고기를 한점 얹고 짝꿍의 특제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쫄깃하고 고소한 고기와 아삭하고 부드러운 부추, 매콤달콤한 양념장의 궁합이 좋다.

새콤아삭 맛있게 익은 김치도 준비한다.
지난겨울 김장김치를 받아와 김치냉장고에서 숙성시켰다.
아삭한 식감에 새콤한 맛이 국물요리와 딱이다.

쪽파김치도 함께 먹었다.
처음 가져올 땐 안 익은 상태라 매운맛이 좀 남아있었는데,
지금 꺼내 맛을 보니 딱 우리가 좋아하는 상태다.

짝꿍이 특제 양념장을 만들어 주었다.
매콤한 고추장과 고춧가루 베이스에 새콤함을 더할 식초 조금,
그리고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풍미를 더해줄 연겨자.
어느 식당에서 먹어본 소스보다 훨씬 맛있다.

맛있는 음식엔 맛있는 술이 함께 해야지.
어제 장 보면서 괜찮아 보이는 술을 몇 개 사 왔다.
이렇게 좋은 음식에 먹으면 술이라기보단 약주라고 해야 하나?
취객 선비 3인방 변색 미니잔 세트
((내 돈 주고 먹고 놀고 쓰고 느끼는 솔직한 감상문)) 짝꿍과 결혼기념일이었다. 둘 다 오늘 하루 휴가 내고 데이트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기로 했다. 최근에 다녀온 미술관이 우리에겐 꽤 인상
mydang.co.kr
지난번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서 사 온 뮷즈인 취객 선비 미니잔에 따라 마신다.
술을 따르자 선비들의 얼굴이 발그레하게 물든다.
맛도 좋고 기분도 좋고 분위기도 좋구먼.

고기를 거의 다 먹어갈 때쯤.
오늘의 두 번째 메인메뉴 누룽지가 완성이 되었다.
깊고 진한 백숙 국물에 푹 끓인 누룽지의 맛이 일품이다.
진하게 우러난 국물과 구수한 누룽지가 속을 달래준다.
예쁜 뚝배기에 옮겨 담고 아래에는 고체연료로 식지 않게 가열한다.
맛있는 누룽지를 먹는 내내 따뜻하게 먹을 수 있다.
무더위의 시작을 알리는 초복이다.
이날 좋은 걸 먹고 기력을 보충해야 한여름을 잘 날 수 있다고 한다.
영양 가득하고 맛있는 오늘의 누룽지 백숙 덕에 올여름은 걱정 없을 것 같다.
건강하고 맛있고 힘나게 잘 먹었습니다.
항상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