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스킨 노트
((내 돈 주고 먹고 놀고 쓰고 느끼는 솔직한 감상문))
언젠가부터 일기장은 몰스킨 노트를 쓴다.
종이 질도 좋고, 펴지는 것도 그렇고, 만년필 쓰기에도 좋고,
다만 한 가지 안 좋은 점은,
비싸다는 것.
관세 뭐 이런 거 때문인가?
미국에서 10불~15불 하는 게 한국 판매가는 3만 원이 넘는다.
그래서 나는 아마존이나 이베이에서 직구해서 사용했다.
얼마 전이라고 하기엔 꽤 오래전부터 11번가에서 아마존 직구 서비스를 한다.
우연히,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해 봤는데 몰스킨 노트가 있다.
가격도 이 정도면 괜찮은 수준이다.
11번가+아마존이라서 사람들이 11마존이라고 부른다.
새 일기장은 11마존에서 주문했다.
몰스킨 한정판 어린왕자 룰드 하드커버 블랙 라지 노트
Moleskine Limited Edition Le Petit Prince Notebook, Large, Ruled, Black, Hard Cover
내가 좋아하는 책중에 하나인 어린왕자 한정판이다.
표지에도, 속지에도 어린왕자 일러스트레이션과 대사가 표현돼 있다.
포장도 비닐포장이 아닌 고급스러운 박스에 곱게 포장되어 있다.
기대하지 않았던 득템을 한 기분.
몰스킨 노트를 사면 꼭 스티커가 같이 들어있다.
어린왕자 노트이니 스티커도 어린왕자 스티커가 들어있다.
요새 다이어리 꾸미기가 유행이라고 한다.
예쁘고 귀여운 스티커들, 색색의 펜들 등등.
좋아라 하는 사람들 보니 다이어리가 원래 두께의 2~3배가 되어 있더라.
나는 그냥 일기 쓰기만 좋아한다.
한정판 스티커는 짝꿍에게 선물.
딱 하나 관심 있는 건 언젠가부터 써온 만년필.
사각거리는 필기감을 참 좋아라 한다.
속지엔 어린왕자 삽화가 자리하고 있다.
책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만한 양, 상자, 장미꽃.
어린왕자 책은 주기적으로 한 번씩 읽고 있는 것 같다.
학교도 들어가기 전 어린 시절 처음 접했을 땐 대체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중고등학생 때 한 번씩 읽을 땐 내용은 알겠는데 마음으로 다가오진 않았던 것 같다.
대학생이 되고, 회사원이 되고 다시 읽었을 땐 숨은 의미들이 하나씩 보였다.
아직 여러 사람들의 후기에 나와있는 깊은 의미와 느낌까지는 알지 못한다.
조금 더 지나면 나에게도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이 다가오려나.
All grown ups were children first. But few of them remember it.
모든 어른은 처음엔 어린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어린왕자의 유명한 문구다.
나도 한때는 순수하고 꿈 많던 어린이였는데.
어느새 한참 어른이 되어 많은 걸 기억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 같다.
정말 가끔 한 번씩, 문득, 어쩌다가, 생각이 들곤 한다.
하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참 많던 나였는데,
요즘 너무 세상에 익숙해져 버린 건 아닐까.
노트 뒷면에도 장미꽃이 음각되어 있다.
뜻하지 않게 좋은 아이템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다.
예쁜 일기장과 더불어 이것저것 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생각난 김에 어린왕자 책을 찬찬히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